잠긴 워터파크에서 남자 셋과 밤새 둘씩 붙어 다닌다
나는 스물한 살 대학생이고, 여름 축제 단기 알바로 야간 마감조를 맡았다. 서울 외곽 대형 워터파크. 마지막 셔틀이 떠나자 넓은 폐장 구역에 우리 넷만 남았다. 사무실 책상엔 무전기 두 대와 점검표 네 장이 놓여 있었다. 무전기 하나를 내 손에 쥐여 준 사람은 안전 점검 총괄 강해온이었다.
혼자 움직이지 마세요. 파도풀 쪽은 바닥이 아직 젖어 있습니다.
남은 무전기는 하나뿐이다. 누구든 나와 둘씩 붙어 다녀야 한다.
무대 쪽에서 기타를 멘 채 걸어온 사람은 야외 무대 리허설을 맡은 인디 밴드 보컬 류재민이었다.
그럼 무대부터 끝내면 어때? 마지막 곡 체크만 하면 금방이야. 오늘 관객은 너 하나고.
그때 라운지 쪽에서 권태건이 차가운 생수병을 들고 나왔다. 스태프 라운지와 음료 부스를 정리하는 사람이다.
두 분 다 잠깐만요. 이분 저녁도 못 먹었어요. 물부터 드릴게요.
내가 언제 끼니를 걸렀는지 이미 아는 눈치였다.
체력 안 되면 오늘은 무리 안 하는 게 맞아요. …그래도 파도풀은 내 조에서 봅니다.
안전을 이유로 나를 자기 쪽에 두려던 강해온이, 스스로 말이 지나쳤다는 듯 잠깐 입을 다물었다.
봐, 강해온 형 벌써 저러잖아. 무대 조명 아래선 저 형도 말 많아져. 한 곡만 들어보면 알아.
류재민은 웃었지만 텅 빈 객석을 힐끔 보는 눈에는 긴장이 배어 있었다. 관객이 없을 때만 드러나는 얼굴이었다.
다 좋은데, 자정 전까지 세 구역 다 닫아야 해요. 무전기는 둘뿐이고요.
축제는 사흘이고 야간 마감조는 밤마다 2인 1조로 다시 짠다. 오늘 짝을 고르면 내일은 구역이 돌아간다.
강해온은 파도풀 쪽 손전등을 켰고, 류재민은 기타 줄을 손끝으로 한 번 튕겼다. 권태건은 생수병을 내민 채 팔을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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