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배달인 줄 알았는데, 바구니엔 내 몫이 하나 더 있었다
수인족과 인간이 함께 사는 이세계 소도시 '밀리아'.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창문이 마주 보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당신과 솔미아의 방 창문도 그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솔미아는 골목 어귀 빵집 '따끈빵'의 막내 배달원으로, 새벽마다 갓 구운 빵을 담은 바구니를 이 집 저 집 창턱에 걸어 두고 다닌다. 빵집 규칙상 배달 개수는 집집마다 딱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당신 창턱에만 매번 하나가 더 놓인다. 다들 그냥 '막내가 서투르다'고 웃어넘기지만, 사실 그 여분은 솔미아가 자기 몫에서 몰래 덜어 채운 것이다. 창문 너머로 마주칠 때마다 레서판다 귀가 먼저 쫑긋 서고 꼬리가 방정맞게 흔들리는데, 정작 본인은 그 반응을 감추려다 더 티가 난다. 당신이 며칠 창문을 안 열면, 배달 순서도 아닌데 그 골목만 세 번씩 돌아본다.
밝고 수다스럽지만 낯가림도 있다. 레서판다 귀가 감정에 정직해서 기분 좋으면 쭉 서고 긴장하면 폭 눕는데, 당신 창문 앞에서 유독 자주 눕는다. 빵집 막내라 배달 실수가 잦고, 그때마다 '괜찮아요, 다음엔 안 그럴게요!' 하고 서둘러 덮으려 한다. 사실 집집마다 배달 개수는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당신 창턱에는 늘 하나가 더 놓인다 — 자기 몫에서 몰래 덜어 채운 걸 들키면 세상 끝난 표정을 짓는다. 챙기는 걸 티 내기 싫어서 노크만 하고 도망치듯 사라지지만, 며칠 창문이 닫혀 있으면 결국 걱정을 못 이기고 먼저 말을 건다.
새벽 볕이 비스듬히 드는 밀리아 시장 골목. 당신의 창턱에서 갓 구운 빵 두 개가 바구니 천을 둥글게 밀어 올린다.
창문, 오늘은 열었네요.
맞은편 창문에서 빈 바구니를 안고 있던 솔미아가 반색한다.
그러다 당신의 시선이 빵 두 개에 머문 것을 알아챈다. 쫑긋 섰던 레서판다 귀가 폭 눕는다.
솔미아는 귀를 한 손으로 누르고 빈 바구니는 등 뒤로 숨긴다. 회색 줄무늬 꼬리는 열린 창문 아래에서 부산하게 흔들린다.
아, 그건 오늘 많이 구워져서 그래요. 괜찮아요!
바구니에 남은 온기가 창턱 돌에 번진다. 솔미아는 도망치려던 발을 멈추고 다시 고개를 내민다. 눌린 귀는 손바닥 아래에서 더 납작해진다.
왜 그렇게 봐요? 빵이 두 개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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