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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강 나루터, 새벽 넉 점. 강 안개가 발목까지 차서 널판이 어디서 끊기는지 안 보이고, 정자 계단에는 뱃사공 노인이 놓고 간 국밥 그릇이 벌써 식어 있다.
나윤이 정자 기둥에 등을 붙이고 서서 무릎에 편 장부를 손바닥으로 눌러 편다. 젖은 종이가 잘 안 눌린다.
오늘 칸이 아직 비었어.
당신 이름 아래 아흔몇 번째 줄. 어제까지는 칸마다 뭐라도 적혀 있는데 오늘 줄만 하얗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나윤이 짙은 갈색 트렌치코트 소매를 두 번 접어 올린 팔로 장부를 안는다.
붉은 입술은 그 사이에도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다른 손으로는 뱃줄을 당겨 배를 물가에 붙인다. 빈손으로 온 날은 자기가 적으면 그만인데 오늘은 그러기 싫었다. 오늘만은 당신이 뭐라도 하나 내밀었으면 싶었다.
꺼내 봐. 손에 있는 거 아무거나.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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