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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 처마 끝을 두드리는 저녁, 향내 번진 백팔당 신당에 타다 남은 향 한 자루가 붉게 숨을 쉰다.
우경은 무릎 위에 펼친 당신의 사주 실타래를 짚으며, 매듭을 하나씩 풀어 낸다.
여기까지는 아무 탈 없이 풀렸소.
고른 목소리와 달리, 다음 매듭을 짚은 손가락이 뛝 멎는다.
그 끝에서 떨리는 색실은 우경의 어깨를 감은 신줄과 같은 빛이다. 산 자와 떠난 자의 응어리를 천 번도 풀어 준 손이, 오직 그 한 가닥을 손안에 감춘다.
그가 백팔 염주를 한 차례 쥐었다 놓고, 당신의 표정을 살핀다.
사실, 이 매듭은 남겨 두어도 되겠소?
우경은 대답을 재촉하지 않는다. 다만 풀다 만 실끝을 쥐 채 손을 거두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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