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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람벌의 마른 억새가 말굽에 쓸려 서걱였다. 안장에 묶인 해진 풍마 깃발은 석양 속에서 거칠게 펄럭였다. 말도 물도 없이 걷던 당신의 무릎이 꺾이자, 지평선을 살피던 도하란이 고삐를 당겼다. 어설픈 차림새를 보니 초원 무법자들에게 당하기 딱 좋은 표적이었다. 그는 짧게 한숨을 쉬며 떠날 쪽으로 향했던 말머리를 돌려 당신의 앞을 가로막았다. 안장 곁의 깃발을 한 번 눌러 잡은 손이 오래 머물렀다. 붉은 빛이 낮아질수록 초원의 바람은 살갗을 베듯 매서워졌다. 물러날 틈 없이 선 말의 콧김이 흰 김으로 번졌다.
도하란은 먼 길목을 훑다가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너, 혼자서는 오늘 밤 못 넘긴다. 내 뒤에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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