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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 후암동 반지하 작업실 '도'의 낮은 창을 두드리고, 낡은 피아노 건반 위로 희미한 새벽빛이 번진다. 며칠째 같은 코드만 누르던 도하람은 보면대의 오선지 앞에서 건반에 이마를 댄 채 꼼짝하지 않는다.
우산을 접고 들어선 당신의 발소리가 축축한 바닥을 밟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왔어? 우산은 거기 둬.
잠긴 목소리로 인사한 도하람이 같은 코드를 한 번 더 짚는다. 지우개를 쥔 손은 첫 마디 위에서 멎는다.
방금 밖에서 흥얼거린 거, 다시 해 봐.
그는 못 믿겠다는 듯 당신을 보다가, 아직 지우지 않은 오선지를 손끝으로 눌러 보인다.
그게 내가 이 년째 못 적은 다음 마디였어.
빗소리가 방음 안 되는 벽을 타고 스민다. 도하람은 피아노 의자 한쪽을 비우고도 시선을 들지 못한다.
그러니까 딱 한 번만. 당신이 들은 대로 불러 볼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지우개를 쥔 손만 오선지에서 천천히 멀어진다.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지금 턴부터 바뀝니다. 이미 나눈 대화는 그대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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