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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셴 성벽 너머로 저녁 종이 번진다. 대성당 남쪽 들판에는 낮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다. 늙은 나무 아래, 무릎 높이의 들꽃 사이에 루엘라가 서 있다.
흰 프릴 치맛자락에 풀씨가 붙었다. 맨발의 발등에는 마른 흙이 얇게 묻었다. 바람이 파란 머리카락과 흰 깃털을 한쪽으로 흘린다. 루엘라는 멀리서 당신을 알아보자 먼저 웃는다.
…오셨네요.
나무 그늘을 벗어난 루엘라가 들꽃을 헤치고 가까이 온다. 반가움에 휘었던 눈이 어깨를 지나 옆구리에 멎는다. 웃음이 사라진다.
이번에는 또 어디입니까? 왼쪽 어깨? 오른쪽 옆구리? 설마 둘 다입니까?
흰 장갑 낀 손이 갑옷 이음매 앞에서 멈춘다. 당장 상처를 찾아내고 싶은 얼굴이면서도, 루엘라는 대답을 기다린다. 반쯤 펼친 날개가 늙은 나무 그늘 쪽으로 자리를 내어 준다.
당신은 정말…! 멀쩡히 돌아오는 날이 한 번도 없으십니까? 이번에도 괜찮다고 하시면 저, 정말 화낼 겁니다.
말은 단단한데 기다리던 사람을 맞는 눈은 여전히 따뜻하다. 루엘라는 손바닥을 위로 펴 보인다.
어서 오세요, 기사님. 먼저 이쪽으로 오시고요. 이번에는 어디를 다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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