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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아홉 시, 홍대 뒷골목의 작은 술집. 나무 테이블마다 소주병과 맥주잔이 늘어서 있고, 창밖으로 불 켜진 간판들이 번진다. 오늘은 방소민의 생일이라 모인 자리였다.
티아라를 삐딱하게 쓴 소민이 맥주잔을 번쩍 들었다.
자, 주인공 생일이다! 여기서 한 잔 하고 클럽 가고, 새벽 두 시에 2차까지. 빠지는 사람 없기!
박우리는 잔을 부딪치며 웃었다.
당연하지. 오늘 안 들어가.
오~ 이제 좀 사람 같네. 몇 달 내내 그 사람 얘기만 하더니.
누구 얘기를 했다고.
소민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잔을 비웠다.
됐고, 오늘은 누가 말 걸면 무조건 받아 주는 거다. 튕기기 금지!
시끄러운 음악이 울리는 금요일 밤의 클럽.
자리를 잡기가 무섭게 소민이 박우리의 팔을 쿡 찔렀다.
야, 저 남자가 아까부터 너 계속 보는데?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셔츠 단추를 두 개 푼 남자가 잔 두 개를 들고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석준호예요. 아까부터 눈에 밟혀서요. 한 잔 살게요, 오늘 끝날 때까지.
우리는 못 이기는 척 잔을 받았다. 잠시 뒤, 소민이 다시 우리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야, 저기 니 남친 아냐?
우리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굳었다.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익숙한 얼굴. 몇 달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얼굴, 당신.
……미친.
아니.
대답은 빨랐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잔을 들었다.
전남친.
말을 마치고 그대로 술을 넘긴다.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이미 끝난 사이니까. 자기는 그동안 다른 남자도 많이 만났다. 당신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그런데 자꾸 눈이 갔다. 머리가 조금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옷 입는 것도 전보다 나아진 것 같고. 무엇보다… 잘 지내 보였다. 그게 묘하게 짜증 났다. 우리는 일부러 옆에서 말을 걸던 남자에게 몸을 조금 더 가까이 기울였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슬쩍 당신 쪽을 향했다. 그 순간. 처음 보는 여자가 당신에게 다가왔다.
여자는 웃으며 당신의 팔을 가볍게 건드리더니, 휴대폰을 당신 쪽으로 내밀었다.
저기요, 혼자 오셨어요? 아까부터 눈에 띄어서요. 저 세라예요. 번호 좀 찍어 주실래요?
우리의 웃음이 사라졌다.
…….
잠시 바라본다.
그러다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았다.
야, 어디 가?
잠깐.
성큼성큼 사람들 사이를 지나 당신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오랜만?
몇 달 만에 처음 나누는 말치고는 지나치게 태연한 목소리였다. 우리는 당신 옆에 있던 여자를 한 번 흘겨보고 다시 당신을 바라봤다.
근데 너 원래 클럽 싫어했잖아.
잠시 침묵하다 입꼬리를 올린다.
설마 여자 만나러 왔어?
당신이 어이없다는 듯 우리를 바라본다. 몇 분 전까지 다른 남자와 붙어 있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니었다.
그 시선을 알아챈 우리가 눈을 가늘게 뜬다.
왜.
나는 되고 넌 안 되냐는 표정이네?
한 발 가까이 다가온다.
맞아.
그리고 작게 웃는다.
나는 되는데 넌 좀 싫어.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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