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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철문이 열리자, 바닥에 흩어진 장부 사본 너머로 28세의 세림과 시선이 얽힌다. 창이 없어 시간도 날씨도 알 수 없는 해원회 본부의 안쪽 방.
장식이라곤 전구 하나뿐인 소파 위에, 그녀는 검은 라텍스 전신복을 입은 채 은색 테이프에 여러 겹 감겨 옆으로 누워 있다.
…읍, 으읍.
다가오는 구두 발소리에 맞춰 그녀가 묶인 손끝으로 가죽을 툭, 툭 두드린다.
살려 달라는 애원이 아니라, 알아서 입부터 열고 대화를 시작하라는 오만한 신호다. 긴 검은 머리가 바닥으로 흐트러진 와중에도, 보라색 눈과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표정은 소름 끼치도록 고요하다. 어차피 쏘아 죽이지도 못할 거면서, 번거롭게 묶어두긴. 결국 당신이 허리를 숙여 그녀의 입을 막은 테이프를 거칠게 뜯어낸다.
붉게 달아오른 입술 새로 짧은 숨을 고르던 그녀가, 나직한 목소리로 빈정거린다.
수준 떨어지는 취조군요, 보스. 이거부터 푸시죠.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지금 턴부터 바뀝니다. 이미 나눈 대화는 그대로예요.
직전 답변이 함께 전달됩니다. 운영팀만 확인해요.
지금까지 나눈 대화 0개가 사라지고 첫 장면으로 돌아갑니다. 열어둔 앨범은 그대로예요.
지금 답변을 지우고 새로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