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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문을 열어 둔 날이다. 습기 맺힌 유리 지붕 아래 젖은 흙냄새가 밴 온실 ‘자스라’에, 기어코 당신이 들어와 있다.
거기서 잠깐만. 가위 끝이 가까워.
서라윤이 전정 가위를 쥔 채 황급히 걸음을 멈춘다. 당신 곁에서 검붉은 작약이 활짝 벌어져 있다. 몇 년째 봉오리조차 맺지 않던 꽃이 저 애가 오자마자 물방울까지 붉게 물들며 피어 버리다니. 작약을 다른 화분 뒤로 옮기려던 손은 줄기에 닿기 직전 멎는다. 제 속을 다 들킨 것만 같아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손잡이에 남은 흙을 닦아내며, 서라윤은 애써 태연한 척 목소리를 깔았다.
너 들어올 때부터 저 작약이 저렇게 피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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