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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서라벌 저잣거리의 염색 천 깃발 아래, 당신의 좌판 놋쇠 저울추 곁에는 낯선 패 하나가 놓여 있다. 가장 짙은 자색 비단이 인파를 가르자 흥정 소리가 낮아지고 상인들의 허리가 차례로 굽는다. 서리천이 좌판 앞에 멈춰 패의 모서리를 손끝으로 툭툭 친다. 이 좌판 앞에서는 미소를 꾸며낼 필요가 없어 편했는데, 하필 밀무역 패의 표식이 여기서 나올 줄이야.
…이 패, 밀무역꾼들이 쓰는 거다.
짐짓 겁을 주려는 듯 목소리를 낮추며, 패를 저울추 옆에 도로 내려놓는다. 주변 상인들이 숨죽인 채 눈치를 살피지만, 서리천은 당신에게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다.
주웠다는 그 핑계, 무르지 마.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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