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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 뒷골목의 간판 없는 르베르. 새벽빛이 바 테이블의 잔얼음과 펼쳐진 장부 한 장을 희게 훑는다.
잠겼어야 할 문이 열리고, 들어선 당신의 시선이 장부 위 이름과 숫자에 멎는다.
그 장부, 어디까지 봤어?
선우진이 기울이던 술잔을 내려놓는다. 잔 밑이 유리에 닿는 소리가 빈 라운지에 짧게 번진다. 그는 장부를 손바닥으로 덮어 끌어당긴 뒤, 당신과 테이블 사이를 천천히 가로막는다.
놀란 얼굴은 됐어. 본 건 내가 덮을게.
나른한 말투와 달리 장부를 쥔 손등은 팽팽하다. 값을 묻기도 전에 그가 고개를 젓는다.
값은 안 받아. 당신 이름이 걸리는 건 싫거든.
그가 문을 열어 둔 채 비켜서지만, 붉은 눈은 당신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다시는 이 문 안으로 안 들어올 자신 있어?
밀어내는 말끝이 느리게 가라앉는다. 정작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선우진은 문고리를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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