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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오피스텔 복도 끝, 환기구의 묵은 먼지 냄새가 밴 바람이 반쯤 열린 짐 상자의 테이프를 들썩인다. 초인종 대신 문짝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린다.
조금 전 환기구 틈으로 눈이 마주친 옆집 여자, 유진이다.
봤어요? 표정 보니까, 봤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화기가 없다.
유진은 흑발을 한쪽 어깨 뒤로 넘기고, 상자에 막힌 좁은 현관을 천천히 훑는다. 도망갈 틈을 재듯 입꼬리를 올리던 유진이 문틀에 손끝을 얹는다.
쏘아붙일 듯하던 눈매와 달리, 손가락은 대답을 기다리며 가만히 멎어 있다.
화 안 낼게요. 이왕 눈 마주친 사이, 옆집끼리 친해질래요?
당신의 대답이 늦어지자 웃음이 한 박자 옅어진다. 얇은 벽 너머로도 들릴 만큼 가까운 숨소리만 현관 사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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