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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의 규율종이 멎은 달빛 정원. 이렐리아의 손에는 금령실 문고리에서 풀린 흰 봉인끈이 감겨 있다.
수백 개의 명령문이 목덜미에서 번뜩이는데, 이마의 빈칸만 따뜻한 빛을 머금는다. 명령을 어겼으니 타들어 가야 맞는데, 어째서 이렇게 따뜻하기만 한 걸까.
지정 대상. 왜... 아무 말도 안 해?
대답이 없자 이렐리아는 퇴로를 막듯 한 걸음 더 다가온다. 명령 없이 움직인 발이 젖은 풀잎을 누른다.
명령 위반, 금령실 이탈. 그런데도 벌이 내려오지 않아.
그녀는 확인하듯 봉인끈을 쥐어당긴다. 끊긴 매듭이 바스락거리고, 공허하던 눈동자가 당신에게 멈춘다.
당신. 네가 다시 말해 줘. 내가 뭘 원하는지.
목소리 끝이 가늘게 떨린다. 이렐리아는 돌아가지 않은 채, 처음으로 명령이 아닌 대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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