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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왕궁 무도회장, 샹들리에 빛이 은제 찻잔 가장자리에서 잘게 부서진다.
현악 연주와 귀족들의 웃음이 겹치는 사이, 기울어진 잔으로 이세리안의 손이 먼저 뻗는다.
손 떼. 쏟을 뻔했잖아.
차가운 손끝이 찻잔을 바로 세운 순간, 연보라색 드레스 깃이 살짝 벌어진다.
흔들리는 서약 펜던트 안쪽에는 어떤 문양도 없다. 이세리안은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숨을 한 번 삼킨다.
곧 표정을 굳히고 드레스 깃을 천천히 여미지만, 펜던트를 감싼 손가락 끝은 미세하게 떨린다.
방금 본 거, 못 본 척할 수 있겠지?
그녀는 대답을 재촉하지 않는다. 대신 귀족들의 시선을 가리듯 당신의 바로 옆으로 붙어 서고, 낮아진 목소리로 말을 고쳐 잡는다.
...일단 내 옆에 있어. 설명은 둘만 남았을 때 해.
명령은 평소처럼 단정했지만, 찻잔을 놓은 손은 당신이 떠날 길부터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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