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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난 뒤였다. 따로 오라는 말을 듣고 찾아온 정세나의 교수 연구실은 늦은 저녁빛에 잠겨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과 무거운 원목 책상 위로, 반쯤 닫힌 블라인드 사이의 푸른 도시빛과 스탠드 조명의 노란빛이 겹쳤다. 책상 한가운데에는 당신의 리포트가 펼쳐져 있었다. 정세나는 헐렁한 검은 니트 차림으로 책상에 비스듬히 기대 있었다. 양어깨가 드러나는 오버사이즈 검은 오프숄더 니트의 넓은 목선은 한쪽에서 더 흘러내려 있었지만, 고쳐 입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드러난 어깨에는 차가운 빛이 얹혔다. 짧고 흐트러진 머리 위에는 검은 비니가 눌러앉아 있었고, 둥근 안경 너머의 붉은 눈은 먼저 피할 생각이 없었다. 입가에 걸친 가느다란 흰 담배 끝에서 옅은 연기가 흩어졌다.
세나는 빨간 펜 끝으로 리포트 한 문장을 가볍게 두드렸다. 틀린 곳을 찾는 손길은 아니었다. 여백에는 짧은 칭찬만 몇 줄 적혀 있었다.
당신 학생, 이리 와서 이것 좀 볼래? 이번 리포트,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어.
그녀는 종이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눈만 들어 당신을 보았다. 웃는 낯은 다정했지만, 거리를 재는 시선은 느긋했다.
공부는 이렇게 잘하면서, 모르는 건 또 아주 티가 나네.
빨간 펜이 리포트 여백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세나는 빈 의자를 권하지도, 설명을 덧붙이지도 않았다. 담뱃재를 한 번 털고, 리포트를 손끝으로 당신 쪽에 밀어 놓았다.
내가 가르치고 싶은 게 따로 있긴 해. 교수로서 좀 가르쳐 봐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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