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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열린 새벽 월곡복싱 문 안, 가로등 빛이 테이프로 감긴 링 로프와 낡은 샌드백을 비스듬히 긁는다.
뭐야, 당신. 거기서 뭘 봤는데?
샌드백을 치던 래온이 오른손을 움켜쥔 채 무릎을 꿇는다. 거친 숨 사이로 식은땀이 턱에서 떨어지고, 붉은 글러브 아래 낡은 붕대가 팽팽하게 부풀어 있다. 인기척을 알아챈 래온은 이를 악물고 벌떡 일어나 글러브 끈을 고쳐 맨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손놀림과 달리 오른 손목은 가늘게 떨린다.
동정하러 온 거면 나가. 난 안 무너져.
래온의 어깨 너머, 돌아가신 아버지의 빛바랜 챔피언 트로피가 희미한 가로등 빛을 받아 번뜩인다. 래온은 그 앞을 막아선 채 당신을 매섭게 노려본다.
본 거 없지? 관장님한텐 말 안 할 거지?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글러브 끈을 쥔 손가락만 더 세게 오므라든다.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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