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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넘긴 숙소, 잠긴 문의 빗장이 흔들림도 없이 풀리고 복도의 횃불빛이 바닥으로 길게 스며든다.
철가면을 벗은 카이렌이 문지방을 막아선다. 한 손에는 봉인 명령서, 다른 손에는 폐허 다리와 야밤 시장 골목을 짚은 도망 지도가 들려 있다.
주인님, 동쪽으로 가십시오. 추적대가 오기 전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달리 지도를 내미는 손끝이 멎는다. 펼쳐진 명령서의 회수 대상 칸에는 당신의 이름이 적혀 있다. 카이렌은 그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린 뒤, 돌아갈 길을 끊듯 문을 닫는다.
제7의 명령보다, 카이렌의 판단을 믿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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