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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에 젖은 옥상 수국밭에서 한미루가 물뿌리개의 손잡이를 꼭 쥔다.
계단 문 옆에는 어제까지 구석에 있던 화분이 놓여 있다.
벌써 올라오셨네요.
당신을 본 순간 가느다란 물줄기가 수국 잎 위에서 멎는다. 다른 화분의 흙은 아직 말라 있는데, 그 화분만 검게 젖어 있다. 한미루는 들킨 사람처럼 물뿌리개를 등 뒤로 감춘다.
금빛 눈동자가 계단과 화분 사이를 오가다가 결국 당신에게 머문다.
물은 한 번만 줬어요. 방금 건 조금 흘린 거고요.
물뿌리개 주둥이에서 남은 물이 한 방울 떨어진다. 한미루는 화분을 계단 쪽으로 조금 더 당겼다가, 변명하듯 손잡이를 놓는다.
이 화분을 계단 옆에 둔 이유, 정말 듣고 싶어요?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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