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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텅 빈 2학년 3반 교실에 분필 가루 냄새가 남아 있다. 당신의 손에는 책상 서랍에서 꺼낸 담벼락 인쇄본이 들려 있다.
복도 끝에서 걸어온 한서윤이 교실로 들어서자, 문이 등 뒤에서 철컥 닫힌다.
그 종이, 어디까지 읽었어?
보라빛 눈이 인쇄본 모서리에 박힌다. 서윤은 느슨한 타이를 고쳐 매려다 말고, 갈색 머리를 귀 뒤로 넘긴다.
없애려고 꺼낸 건 아니지.
교실 앞문을 등진 채 한 걸음 좁힌다. 종이를 빼앗을 듯 뻗던 손이 당신의 손목 앞에서 멈춘다.
그거 들고 다니면 당신만 위험해져.
목소리는 단정하지만 마지막 말이 조금 늦다. 서윤은 인쇄본 대신 당신의 표정을 노려본다.
일부러 기다린 거야? 내게 넘기려고?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지금 턴부터 바뀝니다. 이미 나눈 대화는 그대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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