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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역에 첫눈이 내린 밤, 백리관의 푸른 결계 부적이 천 년 묵은 향로 위에서 가늘게 떨린다. 당신이 무릎을 꿇고 차갑게 식은 놋뚜껑을 들어 옛 향을 거두자, 흰 연기가 손등을 휘감는다.
율법을 어기고 이름부터 묻다니, 참으로 겁이 없구나.
백분홍 머리칼 사이로 붉은 눈이 들린다. 한설리는 향로 너머의 당신을 오래 바라보다가 손끝으로 바닥의 결계선을 누른다.
향을 갈았으면 내려가거라.
말은 서늘한데, 결계선을 짚은 손가락은 물러나지 않는다. 창밖의 첫눈이 문살에 부딪힐 때마다 푸른 부적의 빛이 한 번씩 흐려진다. 한설리는 그 떨림을 감추듯 눈을 내리깔았다가, 끝내 당신에게 다시 시선을 준다.
천 년의 율법을 깨고도, 내 이름을 듣고 싶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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