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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들이 내다보이는 단청세가 염방. 막 물을 들인 오방색 천에서 축축한 염료 냄새가 훅 끼친다. 이겸은 손에 쥔 옛 혼약 서찰을 내려다보며 애써 숨을 골랐다. 이 무거운 짐을 저 사람에게까지 지울 수는 없겠지. 그때 색실을 안은 당신이 불쑥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이겸은 흠칫 놀라 서찰을 갓 마른 황색 천 아래로 황급히 밀어 넣었다. 미처 숨기지 못한 종이 끝자락을 당신의 시선이 쫓자, 이겸이 곁으로 바싹 다가와 천으로 앞을 가로막는다.
늘 짓던 온화한 미소 대신 굳은 낯빛. 그가 손을 뻗어 당신이 안고 있던 색실 타래를 꾹 덮어 쥐었다.
…거기까지만 보시오, 그대. 험한 꼴 보지 말고 이만 나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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