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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낡은 빌라 공용 주방으로 골목 오토바이 소리가 스민다.
덜 닫힌 이삿짐 상자 안에서 그릇이 달각이고, 강리안은 그 상자 위에 걸터앉아 앞치마 끈부터 목에 건다.
냉장고는 칸 나눠 쓰자. 당신 먹는 거 건드리면 안 되잖아.
말은 무뚝뚝한데 손은 벌써 냉장고 선반을 훑는다. 아직 옮기지 못한 상자들이 발밑을 막아, 두 사람은 좁은 부엌에 바짝 붙어 선다. 리안은 빈 밥솥 자리를 두 번 확인하고는 귀밑까지 내려온 앞치마 끈을 고쳐 잡는다.
야, 밥솥 어디 두노? 저녁은 내가 할 건데, 위치 좀 알려줄래?
당신을 홱 돌아본 얼굴은 첫날 저녁을 편의점 음식으로 넘길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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