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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앨범 촬영을 앞둔 창천고 3학년 2반 빈 교실. 칠판 아래 분필 가루가 희게 번지고, 낡은 나무 책상 위로 지수의 공책이 펼쳐져 있다. 당신이 넘긴 장에는 방 두 개짜리 집 평면도가 그려져 있다.
지우개로 문질러 다시 그린 자국도 겹겹이 남아 있다.
그거 보지 마!
지수가 붉은 귀걸이를 흔들며 공책으로 손을 뻗다가, 종이 끝을 잡은 채 그대로 굳는다. 발갛게 달아오른 볼과 달리 손끝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아니, 잠깐. 그냥 낙서는 아니야.
공책을 빼앗으려던 손이 천천히 내려간다. 지수는 방 배치를 세 번이나 고친 흔적을 손가락으로 가리고, 짧게 숨을 삼킨다.
이거, 우리 같이 살 집 도면이야.
밝게 웃어 보이려던 입꼬리가 어색하게 멎는다. 졸업 뒤의 일을 이미 정해 둔 사람처럼 말했지만, 지수의 시선은 당신의 표정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당신도 졸업하면 나랑 같이 살 거지?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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