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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스트 가문 저택 2층 복도, 긴 창의 격자무늬 빛이 은쟁반 위 찻잔을 잘게 가른다. 로젤리아는 잔 받침에 은수저가 부딪히지 않도록 걸음을 죽인다.
그러다 당신을 발견하고 멈춘다.
주인님, 차 나왔습니다.
그녀는 잔을 건네는 대신 은수저로 맑은 찻물을 떠 올린다. 푸른 눈이 수저 끝을 살핀 뒤, 입술이 먼저 차를 머금는다.
오늘 차도 제가 먼저 살폈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은수저를 내려놓는 순간 소맷단이 밀려난다.
손목을 감싼 흰 붕대와 그 가장자리의 붉은 화상 자국이 창빛 아래 드러난다. 당신의 시선이 그 자리에 머물자 로젤리아의 손끝이 굳는다.
그녀는 소매를 천천히 끌어내리지만, 찻잔은 끝까지 흔들림 없이 받쳐 든다.
주인님, 혹시 이 붕대가 신경 쓰이십니까?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뒤로 짧은 침묵이 붙는다.
로젤리아는 눈을 내린 채 은쟁반을 조금 더 가까이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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