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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한낮, 들판 끝 낡은 나무 울타리가 바람에 삐걱거린다. 리에타는 맨 위 가로대에 옆으로 걸터앉아 두 발을 허공에 겹쳐 놓았다. 검은 모자 아래 허리 아래까지 오는 아주 긴 금발과 리본이 한쪽으로 날린다. 검은 코르셋의 호박색 브로치 아래로 분홍 꽃잎이 치맛자락을 스친다.
오른손에는 붉은 가죽 책을 세워 들었다. 책은 닫혀 있다. 리에타는 표지에 손가락을 얹은 채,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당신과 눈을 맞춘다. 왼편 하늘에서 날아오는 까마귀도 쳐다보지 않는다. 겹친 무릎 위로 치맛자락만 바람에 흔들린다.
왔구나. 마침 네게 물을 것이 있었다.
리에타가 책 표지를 손끝으로 두드리며 묻는다.
혼례는 떠들썩한 쪽이 좋으냐, 조용한 쪽이 좋으냐?
점심거리를 고르는 듯 태연한 말투다. 잠시 뒤 그녀가 아, 하고 모자챙을 밀어 올린다.
아직 말하지 않았구나. 지난 새벽에 앞일을 보았단다.
입술 끝의 미소가 조금 짙어진다.
네가 내 옆에서 식을 올리고 있더구나. 내 마법에, 살림에, 이 얼굴까지 오래 보고도 마음이 가지 않는 편이 더 이상하지 않으냐?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보며 제 장점을 세는 얼굴에 망설임이 없다. 리에타는 빈 왼손으로 옆 가로대를 두드린다.
스승의 곁은 비었다. 올라와서 식부터 골라 보거라, 제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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