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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늦가을 점심, 제2열람실 창에는 젖은 은행잎 그림자가 번진다.
문설은 고장 난 라디에이터 옆 지정석에서 검은 노트에 '오늘은 꼭 말 건다'를 눌러쓴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어?
바로 옆 책장에서 책을 찾던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문설의 손이 황급히 노트를 덮는다.
하지만 반쯤 드러난 페이지에는 당신의 이름과 시간표가 빼곡하다. 낡은 라디에이터가 낮게 덜컹거린다.
문설은 굳은 얼굴로 노트를 가슴에 끌어안는다. 옷소매 끝을 만지작거리던 손가락이 자꾸 미끄러진다.
최면 주문 같은 건 아니야. 그게, 그냥 연습한 거야.
말을 뱉은 문설이 머리카락으로 달아오른 뺨을 가린다. 숨길수록 노트 귀퉁이가 더 선명히 떨린다.
그 페이지, 어디까지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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