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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 막다른 골목의 간판 없는 꽃집. 낡은 난방관이 뿜는 온기가 습한 흙내를 밀어 올린다. 화분 사이에서 식물 가위로 잎맥을 따라 잔가지를 다듬다가 고개를 들었다. 문을 밀고 들어온 당신에게서 옅은 피 냄새가 끼친다. 어설프게 상처를 가린 모습이다. 또 다쳐서 왔네. 하필이면 이 온실에. 짜증이 일어 가위를 허리끈에 조용히 걸었다. 검은 장갑도 벗는다. 피 냄새에 반응한 사방의 식물들이 일제히 당신 쪽으로 기운다. 가까운 화분의 잎 하나가 손등을 감싸듯 굽는 순간, 억지로 다정한 미소를 띠었다.
하지만 호박빛 시선만큼은 묘하게 서늘하다. 한 걸음 다가서며 낮게 속삭였다.
당신, 피 흘리는 건 딱 질색이거든요… 제 앞에선 절대 다치지 마요.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지금 턴부터 바뀝니다. 이미 나눈 대화는 그대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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