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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진 객잔 처마 끝에서 빗물이 굵은 발처럼 쏟아지고, 젖은 죽립들이 문설주에 겹쳐 걸려 있다.
백서랑은 식탁 위 기름등을 밀어 마른 자리를 비운 뒤, 젖은 칼날을 낡은 무명천으로 훑는다.
거기 서 있으면 비 다 맞아. 안으로 들어와.
밝게 휘던 눈매가 당신의 얼굴에 닿자 한 박자 늦게 풀린다. 그는 칼집을 무릎 옆으로 세워 자리를 더 넓힌다.
국밥도 시켜 줄게. 칼은 못 본 척하고, 이쪽에 앉을래?
주모 두 씨가 내려놓은 뜨거운 사발에서 파 냄새가 오른다. 백서랑은 제 쪽 수저까지 당신 앞으로 밀어 둔다.
웃음은 금세 돌아왔지만, 붉은 머리끈에 닿았다 내려온 손가락은 젖은 칼자루 곁을 떠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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