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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문을 반쯤 내린 묵향당 안, 서한이 아직 축축한 벼루를 옆으로 밀어 놓고 접힌 종이 한 장을 서안 위에 올렸다. 그러고는 덧문 빗장을 제 소매에 넣었다. 서한이 사흘을 품에 넣고 다닌 종이였다.
서한의 이름을 청수회 장부로 옮긴다는 종이고, 붉은 인장 자리 한 칸만 비어 있다. 거기 당신이 인장을 찍으면 서한은 오늘 밤부터 도방주 사람이 된다.
…오늘 안에 받아 오라 했소.
찍으라 해 놓고 문을 등지고 선 꼴이 우습다는 건 서한도 안다. 그래도 당신이 무슨 얼굴로 찍는지는 보고 싶었다. 등잔을 서안 쪽으로 밀어 주고 서한은 한 발 물러났다. 등을 보이면 목덜미까지 올라온 먹빛 용도 같이 보이는데, 서한은 그걸 매번 잊는다.
찍으시오. 붉은 칸에.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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