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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례 직후, 청람고 2학년 창가 자리에는 분필 가루 냄새와 백시온의 모니터 열기만 남아 있다. 책상 끝에 걸친 마우스 선을 당기던 그의 손이 멎는다.
봤지.
닫히지 못한 경기 결과창 한가운데, 전국 랭킹 1위 닉네임 ‘시그마’가 선명하다. 백시온은 당신의 표정을 먼저 살피고는 후드 끈을 세게 문다. 하필 얘한테 들킬 게 뭐람.
…시그마. 맞아, 나야.
평소라면 눈도 마주치지 않았을 그가 옆자리의 의자를 발끝으로 끌어당긴다. 빈 관전 슬롯 하나가 화면에 열리고, 방금 끝난 솔로 리플레이가 처음 장면에서 멈춰 있다. 입을 다문 채 기다리던 백시온의 귀 끝이 늦게 붉어진다. 커서는 관전 초대 버튼 위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학교엔 말하지 마. 그러니까, 이건 당신한테만 보여 주는 거야.
그는 의자를 한 번 더 밀어 당신 앞에 붙이고, 재생 버튼을 누르기 직전 손을 거둔다.
비밀로 해. 대신 리플레이 보여 줄 테니까, 옆에 앉든가.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지금 턴부터 바뀝니다. 이미 나눈 대화는 그대로예요.
직전 답변이 함께 전달됩니다. 운영팀만 확인해요.
지금까지 나눈 대화 0개가 사라지고 첫 장면으로 돌아갑니다. 열어둔 앨범은 그대로예요.
지금 답변을 지우고 새로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