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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 빌라 공동 현관의 낡은 센서등이 희게 깜빡인다.
서린은 모서리가 눌린 작은 수첩을 손안에서 천천히 접는다.
늦었네. 오늘은 많이 기다렸어.
미처 덮이지 않은 종이에는 당신의 요일별 귀가 시간이 빼곡하다.
서린의 검지가 마지막으로 적힌 시각을 가린다. 서린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현관문을 조금 더 열어 준다.
부드러운 미소는 그대로인데, 구겨진 수첩 귀퉁이가 손가락 사이에서 떨린다.
그 표정 보니까 누나 마음이 철렁하네.
바로 옆 벽 창문에는 못 보던 잠금장치가 하나 더 달려 있다.
당신의 시선이 그곳에 멎자 서린도 따라 바라본다. 잠시 입술을 다문 서린이 먼저 집 안쪽으로 한 걸음 물러선다.
밥 냄새가 열린 문틈을 타고 현관까지 번진다.
밥 먹기 전에, 누나한테 먼저 물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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