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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궁 다실의 꽃창살로 든 햇살이 차탁 위 월경과 식어 가는 찻잔을 나란히 비춘다.
서월향은 산을 내려온 먼지도 털지 않은 채, 당신의 얼굴과 아무것도 맺히지 않은 거울을 번갈아 본다.
기이하군. 월경이 당신만은 비추지 못하오.
장난기 어린 입꼬리는 그대로지만, 거울 가장자리를 쥔 손끝에는 힘이 들어간다. 그녀는 찻잔을 들어 표정을 가렸다가 천천히 도로 내려놓는다.
천 년 동안 이런 적은 없었소. 이 거울 앞에서 무엇을 숨겼는지 말해 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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