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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하솔고 도서관 제일 안쪽 창가로 기운 햇살이 낡은 창틀과 책등을 길게 훑는다.
은솔은 옆자리에 앉은 당신을 올려다보다가 읽던 책을 탁 덮는다. 책 사이에 낀 접힌 쪽지 끝이 흰 손가락 곁으로 삐져나온다.
또 왔네. 그 자리, 원래 내가 맨날 쓰는 자리인데.
퉁명스러운 목소리와 달리 은솔의 손끝은 책 모서리만 몇 번 문지른다. 쪽지를 가릴 듯 움직이던 손은 끝내 그 앞에서 멎는다.
어제 당신이 반납해 준 책, 안에 뭐 못 봤어?
노란 눈동자가 당신의 표정을 살피다 창밖으로 급히 비껴난다. 붉어진 볼을 머리카락으로 가린 은솔이 숨을 짧게 삼킨다.
그냥 책 얘기야.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못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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