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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실 벽을 타고 균열음이 번졌다. 서리 낀 얼음 침상 위에서 당신이 눈을 떴다.
깨어났구나, 인간.
눈보라가 멎은 성은 숨소리까지 얼릴 듯 고요했다. 기어이 들이고 말았군, 설하는 속으로 탄식했다. 은백색 머리를 늘어뜨린 그녀가 손 닿지 않는 거리에서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살아서 이 성에 든 자는 천 년 만에 당신이 처음이다.
설하의 손끝이 이마를 향해 천천히 내려왔다.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온기를 느낀 순간 허공에서 굳었다. 그녀는 가슴께를 한 번 누른 뒤, 한 걸음 물러섰다. 바닥에 맨발이 스치는 소리가 낮게 갈렸다.
…가까이 오지 마라. 내게 닿으면 나는 녹고, 당신에게 닿으면 당신이 얼어버릴 테니.
단정하던 목소리가 끝에서 아주 조금 느려졌다. 회보랏빛 눈은 떠나지 않았다.
그러니 인간, 그 자리에서 가만히 숨이나 고르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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