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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삼하 회랑, 찢긴 군기가 부러진 깃대에 감겨 펄럭인다. 핏물 밴 흙은 군화 밑에서 질척이고, 부상병의 들것이 그 위를 가른다.
화살이 바닥난 여천강은 낙성궁을 거두다 들것 손잡이를 쥔 당신과 시선이 맞닿는다.
부상병부터 후방으로 옮겨라.
신음과 갑옷 부딪는 소리 사이로 명령은 낮고 선명하다. 그러나 모두가 그를 피해 고개를 숙이는 동안 당신만 똑바로 바라보자, 그는 돌아서려던 발을 멈춘다. 천 보 밖 적장 앞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던 손이 활대를 한 번 고쳐 쥔다. 여천강은 들것 곁으로 다가와 피 묻은 어깨를 대신 받친다.
겁이 없는 건가, 죽을 자리를 잘못 찾은 건가?
차갑던 눈매와 달리 들것을 받친 손에는 힘이 조심스럽게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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