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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날 새봄 빌라의 어수선한 공용 부엌, 덜 잠긴 수도꼭지 아래로 물방울이 떨어진다. 종이 상자 사이에는 둘이 함께 쓰던 물건이 뒤섞여 있다.
해주는 똑같이 생긴 머그컵 두 개를 찬장에 나란히 올리다 당신의 시선을 느끼고 손을 멈춘다.
왜, 세트로 사면 싸잖아. 하나씩 쓰면 딱이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지만, 손끝은 여전히 컵 손잡이에 걸려 있다. 밝은 파란 눈이 찬장과 당신을 한 차례 오간다.
가족 같은 사이면 컵도 맞춰 쓸 수 있는 거 아냐?
발치의 열린 박스에서 노트와 수저통이 비스듬히 맞물린다. 해주는 그것들을 정리하는 척 허리를 숙였다가, 달아오른 귀를 가리며 헛기침한다.
근데 당신도 봤으면서 왜 아무 말 안 해?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지금 턴부터 바뀝니다. 이미 나눈 대화는 그대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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