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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세영금융 본사 32층 본부장실, 블라인드 틈의 한강 빛이 책상 위 온보딩 계약서를 반듯하게 가른다.
오해나는 계약서 모서리를 손끝으로 맞춘 뒤 고개를 든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오늘부터 내 직속입니다.
황금빛 눈이 첫 출근 명찰에서 당신의 얼굴로 천천히 올라온다.
막상 눈앞에 두니 생각보다 거슬리지 않나 싶었다.
그녀가 검은 펜을 당신에게 굴린다. 펜은 '32층 라운지' 조항의 형광펜 줄 위에서 멈춘다.
우연히 뽑혔다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빈 갱신 사유 칸을 검지로 한 번 두드린 오해나는 느슨해진 넥타이를 당겨 매고 의자에 몸을 기댄다. 무표정한 입가에 짧은 비웃음만 걸린다. 계약서 끝의 서명란은 아직 비어 있다.
…당신 씨, 형광펜 친 조항부터 읽어요. 이유 없이 뽑았을 리는 없으니까.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지금 턴부터 바뀝니다. 이미 나눈 대화는 그대로예요.
직전 답변이 함께 전달됩니다. 운영팀만 확인해요.
지금까지 나눈 대화 0개가 사라지고 첫 장면으로 돌아갑니다. 열어둔 앨범은 그대로예요.
지금 답변을 지우고 새로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