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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막 그친 느은 밤, 달밤서점 문턱의 젖은 우산받이에서 물이 떨어지고 반납대 위 손글씨 장부에는 눅눅한 종이 냄새가 번진다.
남산 자락이 보이는 2층 창가 아래, 당신은 한참 같은 책장 앞에 멈춰 있다.
아직 안 가셨네요. 아까부터 그 칸 앞에 계시던데요.
유선재는 장부의 빈칸 위에서 펜을 멈춘 뒤, 당신이 손대던 책의 등 위로 손가락을 조심스레 옮긴다.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잦아든 자리에서, 그가 바로 옆 칸의 책 한 권을 빼내 건넨다.
그 줄, 좋아하세요?
차분한 목소리 끝이 평소보다 느리다.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책을 내민 손은 거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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