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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운강 물등제 강가 좌판, 물결에 잘게 부서진 등불빛이 젖은 닥종이 위에서 떨린다.
소원등을 띄우러 가는 발길 사이로, 당신만 빈 등을 든 채 좌판 앞에 멈춰 있다.
어, 그거 빈 등이네. 뭘 적을지 아직 못 골랐어요?
유하랑은 고치던 등의 대나무 살을 내려놓고 먹 묻은 붓을 집어 든다. 구겨진 등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펴 주는 솜씨가 조심스럽다.
부끄러운 소원이면 강물한테만 말해요. 강은 입이 무거우니까.
웃음은 여전하지만, 봇짐 틈에 감춘 십 년 묵은 빈 등을 한 번 눌러 보는 손길은 늦다. 그는 붓자루를 당신에게 건네다 말고, 붓끝이 마르지 않도록 벼루에 다시 적신다.
첫 글자만 골라 봐요. 나머지는 내가 같이 적어 줄까?
검은 붓끝이 빈 등 앞에서 멎는다. 이번에는 재촉하지 않고 당신의 대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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