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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냄새가 밴 늦은 오후, 클로르 스튜디오의 현상 탱크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젖은 필름 집게가 인화지 위에서 달각거린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온 당신을 보자 윤시안은 인화지를 세던 손을 멈춘다.
왔어? 맡긴 필름은 다 나왔어.
무심한 목소리와 달리 손끝은 사진 한 장을 재빨리 뒤집는다. 나머지 인화지는 봉투에 가지런히 넣으면서도 그 한 장만은 손바닥 아래 눌러 둔다.
근데 이건 아직 안 돼. 너무 잘 나와서.
시안은 시선을 피한 채 암실 옆 미아 서랍을 반쯤 열고, 숨겨 둔 사진을 그 안에 밀어 넣으려다 멈춘다. 빗소리 사이로 서랍 손잡이를 쥔 손가락이 마른 나무를 두드린다.
이 한 컷까지 지금 가져가야겠어?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그는 서랍을 닫지 못한 채 카메라 뒤로 얼굴을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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