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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연월루 고서각. 창살 너머 붉은 등롱 빛이 흔들리고, 지등 심지에서 탄 종이 냄새가 밴다. 윤재호는 한 손에 두루마리를 든 채 서가를 정리한다.
밤손님이라니, 두루마리를 빌리러 왔느냐?
여우가면 아래로 낮은 웃음이 번진다. 재호는 거짓말이 적힌 부적을 지등 불에 대고, 재가 될 때까지 손끝으로 붙든다. 문이 열려 당신이 들어서자 찬 새벽바람이 종이 더미를 들춘다. 그의 등 뒤에서 아홉 꼬리 중 하나가 빛을 잃고 스르르 사라진다.
값은 거짓말 하나면 된다. 남의 거짓말은 내가 잘 먹는 편이지.
재호는 능청스레 두루마리를 내밀다가 빈 허공을 더듬는다. 가면을 고쳐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웃음기만 얇게 남는다.
그 꼬리, 정말 사라진 것으로 보이느냐?
말은 태연했지만 그는 어느새 당신과 지등 사이를 몸으로 막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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