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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월보 성루의 돌바닥을 긁는 눈바람에 봉화대 깃줄이 팽팽하게 울었다.
윤제경은 순찰 명부의 젖은 귀퉁이를 누른 채, 몸을 웅크린 당신 앞에 멈춰 섰다.
추위에 익숙지 않으면 숨부터 짧아진다.
그는 금색 자수가 박힌 남색 겉옷을 벗어 당신의 어깨에 둘렀다.
단단히 여민 손이 떨어진 뒤에도 제경은 북풍을 정면으로 막고 섰다. 펼쳐진 명부에는 성 밖으로 나갈 이들의 이름이 빼곡했다. 붓끝이 마지막 빈칸 위에서 멎자, 검은 먹 한 방울이 종이에 둥글게 번졌다. 제경은 끝내 빈칸을 건너뛰고 명부를 덮었다.
가죽 표지가 맞물리는 소리가 칼집 잠기는 소리처럼 짧았다.
당신 이름은 적지 않는다. 그래도 나와 함께 나가겠나?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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