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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청운고 도서관 지평실. 소등 안내음이 울리는 동안 윤지유가 반납대 위의 연체 도서를 펼친다.
오래 기다린 책의 한 페이지가 귀퉁이부터 깊이 접혀 있다. 접힌 자리 바로 아래, 흐릿한 연필 밑줄이 드러난다.
이 페이지, 당신이 접었지.
둥근 안경 너머의 시선이 책장과 당신을 오간다. 지유는 빨간 연체 딱지를 떼려다가, 밑줄 앞에서 손톱을 멈춘다.
책은 이렇게 다루는 거 아니야.
단호하던 목소리가 마지막 낱말에서 낮아진다. 접힌 자리를 펴던 손끝이 밑줄 위를 가린다.
근데 하필 여기네. 이 문장, 읽었어?
지유는 대출 카드를 앞에 두고도 연체 딱지를 붙이지 않는다. 붉은 귀를 머리카락으로 가린 채 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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