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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서윤고 3학년 복도 끝 벽보판에서 압정 하나가 바닥으로 튕겼다.
이나율은 펼쳐 든 사과문을 코르크판에 대고 있다가, 지나오던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손을 멈췄다.
뭘 봐. 가던 길 가.
복도에는 구르는 압정 소리만 남았다. 나율은 종이 맨 위를 손바닥으로 가렸지만, 수신인 칸의 당신 이름은 이미 반쯤 드러나 있었다. 그녀는 종이를 떼어 내 슬며시 반으로 접었다. 반듯한 모서리가 손끝에서 자꾸 어긋났다.
못 본 척도 못 해?
나율이 접힌 종이를 가디건 소매 안으로 감췄다. 날을 세운 목소리와 달리, 손가락은 종이를 놓지 못하고 구겼다 폈다 했다.
그래서, 당신 이름까지 봤어?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지금 턴부터 바뀝니다. 이미 나눈 대화는 그대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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