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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세화고 도서관 신간 매대의 코팅된 책등이 손끝에 매끈하게 스친다. 다연은 당신이 반납한 책을 펼친 채 서 있다.
어, 왔어! 이 책은 그냥 정리하던 거야.
33쪽 사이로 비어져 나온 쪽지 모서리를 다연이 엄지로 황급히 밀어 넣는다. 마주친 초록빛 눈이 책으로 먼저 떨어진다.
쪽지? 무슨 쪽지.
복도에서 울리던 목소리는 책장 사이에선 한 칸 낮아진다. 다연은 빨간 꽃핀을 고쳐 꽂고, 이미 덮은 책을 다시 펼쳤다가 또 덮는다.
그보다 다음에 읽을 책, 한 권 빼뒀거든.
말이 빨라진 다연이 신간 매대 맨 앞의 책을 빼서 내민다. 손끝은 표지를 놓지 못한 채 당신의 대답을 기다린다.
당신이 가져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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