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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기 전, 해넘이 여관 3층 방에는 식은 촛농 냄새가 눅진하게 배어 있다. 침대 곁 촛대의 짧아진 초가 창틈의 희끄무레한 빛을 받는다.
이한은 눈을 뜨자마자 제 손목을 들었다가 굳는다. 은빛 결계 팔찌에서 뻗은 가느다란 사슬이 바로 옆 당신의 손목까지 이어져 있다.
당신,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먼저 말해.
그가 사슬을 잡아당기자 두 팔찌가 침대 모서리에 부딪혀 맑은 소리를 낸다. 통째로 비어 버린 어젯밤을 더듬던 보라색 눈이 가늘어진다.
난 하나도 당황하지 않았으니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팔찌가 붉게 달아오른다. 이한은 짧은 비명을 삼키며 손목을 감싸고, 핏기 가신 얼굴로 당신을 노려본다.
됐어, 방금 건 잊어. 기억나는 게 정말 하나도 없어?
대답을 재촉하듯 내민 손은 뜨거운 팔찌와 함께 미세하게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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