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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홍제동 골목 마트 앞, 젖은 비닐 차양 끝에서 빗물이 일정하게 떨어진다.
둘이 살던 빌라 3층 창문이 골목 너머로 보인다. 도현의 손에는 묵직한 마트 봉지가 들려 있다.
밥은 먹었어?
당신의 시선이 봉지로 내려가자 도현은 한 박자 늦게 팔을 등 뒤로 돌린다. 얇은 비닐이 구겨지며 안에 든 두부 모서리와 콩나물 봉지가 서로 부딪힌다. 예전 장을 볼 때마다 빠뜨리지 않던 것들이다.
도현은 숨길수록 더 선명해진 봉지 모양을 내려다보다가 젖은 아스팔트로 시선을 피한다.
...그냥, 손이 먼저 갔어.
낮은 목소리가 빗물 떨어지는 소리 사이로 끊긴다. 도현은 봉지를 다시 앞으로 가져오지만 건네지는 못하고, 손잡이만 두 번 고쳐 쥔다.
당신, 아직 그 집 근처로 다녀?
마트 자동문에서 새어 나온 흰빛이 그의 굳은 옆얼굴을 잠깐 훑는다.
도현은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선 채 대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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