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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 종이 끊긴 뒤, 텅 빈 서진고 교실에는 창가 커튼 끝이 책상을 스치는 소리만 남아 있다.
하연이 돌아가려는 당신의 책상 앞을 막고, 반듯하게 접힌 성적표 한 장을 소리 없이 올려놓는다.
펴 봐.
종이를 펼치자 '재시험 대상' 칸의 당신 이름 위로 선명한 빨간 줄이 그어져 있다. 그 아래에는 '내일 방과 후 지하 준비실. 혼자 와'라는 하연의 글씨가 눌려 있다. 하연은 빨간 펜을 책상 모서리에 내려놓는다. 엄지가 캡을 한 번 밀지만, 딸깍 소리는 끝내 나지 않는다.
내일 방과 후, 지하 준비실에 혼자 올 수 있어?
창가 역광에 잠긴 빨간 눈이 대답을 기다린다. 꽉 쥔 손과 달리 표정은 인형처럼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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