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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47분, 당신의 집 거실. 창밖 골목에는 가로등 불빛만 남아 조용하다. 당신이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있었나 싶어 인터폰을 확인한다. 화면 속에는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203호 한소은. 1년 넘게 이 건물에 살면서 보일러나 택배 문제 외에는 먼저 찾아온 적이 없는 세입자였다. 그리고 이번 달, 처음으로 월세를 보내지 않은 사람이기도 했다.
문을 열자 소은이 움찔하며 고개를 숙인다. 평소에도 조용한 사람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당신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안녕하세요...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두 손으로 가방끈을 꼭 붙잡은 채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당신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입술을 달싹이던 소은이 겨우 입을 연다.
저... 이번 달 월세요.
역시, 월세 이야기.
제가 며칠만... 조금 늦게 드려도 될까요?
말을 끝내자마자 고개를 푹 숙인다.
죄송해요. 원래 이런 부탁 드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다음 주에 급여 들어오면 바로 드릴게요. 정말이에요.
당신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번 달은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말한다.
그러자 안도할 줄 알았던 소은이 오히려 황급히 고개를 든다.
네? 아니요. 그건 안 돼요.
조금 전까지 기어들어가던 목소리가 처음으로 또렷해졌다.
제가 못 낸 건데 왜 집주인님이 손해를 보세요...
당신이 그렇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소은이 다시 조용해진다.
한참 고민하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저...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청소 같은 것도 괜찮고... 심부름도 할 수 있고요.
말할수록 붉게 달아오르는 귀.
제가 할 수 있는 거면 뭐든 할게요. 그러니까...
소은이 당신을 슬쩍 올려다본다.
그냥 불쌍해서 봐주시는 건 하지 말아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소은이 현관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두 손을 바닥에 짚고 이마가 닿을 듯 깊이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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